어느 집에서 소나무가지치기를 하길래 얻어다 말려 놓은 솔잎이 있었다.
한 일년 전 쯤 멀리 파주에서 공수해 온 솔잎도
이 더위 찜통속에서 고스란히 여름을 맞고 있었고...
씽크대 청소하다 우연히 발견하여 그냥 염색에 들어갔다.
오랜된 솔잎을 삶았는데 색깔이 우러나오지 않아
이웃 염색쟁이 달씨네에 전화했더니, 봐야한다고...
소나무잎 다 똑 같은 거 아닌가?
수분끼 하나없이 누렇게 떠 건조하게 말라버린 솔잎들.
염액을 많이 내어 염색해 보라는 달씨의 조언에 따라
베란다 구석에 던져 두었던 솔잎 두 봉지를 꺼내어 보니
건조하게 말랐을 뿐, 잎은 그대로 녹색을 띄고 있었다.
아~ 이래서 봐야한다고....
전문가가 그렇탐 그런거다.
그래서 그 많은 솔잎 다 써가며 한 염색의 결과가
이것이다. 장장 이틀을...
염색 양이 한 필도 안 되는 것 같다.
염액이 약해 여러번 담가야 했으니, 시간도 정성도 많이 들인 셈이다.
천연염색은 노동과 시간이 아깝단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러나 화학염된 모시를 보게 되면,
웬만해선 그걸 다루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른쪽 맨 끝에 것이 화학염색모시를 구입한 것인데, 색상이 설어 보여,
그 앞의 두 롤은 솔잎염 약하게 덧 입힌 후 각각 백반과 동매염을 하였다.
화학에 천연을 얹으니 그 얕음이 덜해 보여 그런대로 괜찮은 듯 하다.
그 외 나머지 것들은 백반, 동, 철매염을 함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