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외/춘양지역

나무의어원

춘양목연구회 2009. 12. 26. 12:13

글ㆍ사진/송홍선(민속식물연구소장)

나무와 수목과 목본은 모두 거의 맡은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나무는 주로 일상생활의 사회성을 띤 말로 쓰이고, 수목은 산림자원학이나 임학, 목본은 생물학이나 식물학의 학술적인 용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나무는 흔히 수목 또는 목본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이 경우는 전형적인 삼단논법이 통하지 않는다. 모두 거의같은 의미로 쓰이는 말이기 때문에 굳이 삼단논법을 적용해 결론을 추론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무의미할지라도 이를 삼단논법으로 풀이해 보자.
이때 우리는 '나무는 목본이다'와 '수목은 나무이다' 라는 2개의 전제에서 '수목은 목본이다' 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나무는 목본이다·와 '목본은 수목이다' 라는 전제에서는 '나무는 수목이다' 라는 결론의 추론을 이끌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추론도 이치에 맞는다고 볼 수 있다. '모든 나무○는 수목○이다'와 '모든 수목○은 목본○이다' 라는 전제에서 '모든 나무○는 목본○이다' 라는 결론의 추론이다.
이러한 추론대로라면 나무꾼은 목본꾼으로 사용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나무꾼은 목본꾼으로 쓰지 않는다. 수목꾼이란 말도 어색하다. 나무젓가락을 목본젓가락이라 쓰는 것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왜 그럴까. 무척 궁금해서 어느 국어사전의 표제어를 살펴본다. 그 대략적인 설명은 이렇다.
나무는 목본으로 된 식물이며 수목과 동일하다고 풀이돼 있다. 목본은 목질의 조직이 발달한 것, 즉 나무라고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수목은 목본식물의 총칭이라 설명하고 있다. 모두 중요한 표제어로 올라 있음은 물론 친절하게도 나름대로의 풀이를 늘어놓고 있다. 필자 역시 몇 달전에 이 지면을 통해 나무의 풀이를 피력한 바 있다. 나무는 지상부의 줄기가 1년이상 지속적으로 생존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라면서 줄기에 형성층이 있어 부피생장을 하는 종자식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나무는 목본이나 수목이라고도 하며 풀에 대응하는 용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 우리나라의 어느 문헌을 찾아보아도 나무와 수목과 목본은 거의 비슷한 말로 쓰이고 있을 뿐 특별한 차이를 발견할 수가 없다. 그런데 왜 수목꾼이나 목본젓가락이라는 말은 어색한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단편적이나마 알아보기 전에 나무의 어원에 대해 다른 사람의 지식을 잠깐 빌린다. 나무의 15세기 표기는'나모' 이다. 나무는 어근의 '남'에 접미사 '오'가 붙어서 만들어진 '나모'가 '나무'로 변했다. 어근의'남' 은 '낟 >날> 날암>나암 >남'으로 변화해 왔다. '널(판)'은 나무의 조어형 '날(낟)'과 모음의차이가 있을 뿐이다. 너와집은 나무로 집을 인 집인데, 고어는 너새집이다. 너새의 어근 '넛(년)'은 '널'과 어원이 같다. 참고적으로 나무를 셀 때'한 그루, 두 그루' 라고 하는데, '그루(주)'의 어근은 '글'이다. '글'은 나무의 뜻을 지녔던 말이다. 일본의 기(단 목)와 어원이 같다.
이러한 어원이 말해주듯 나무는 순우리말이지만, 수목과 목본은 한자가 들어간 우리말로중국과 일본 등 한자권의 나라에서 일부 공통적인 용어로 쓰고 있다. 이것들의 차이라면 순우리말이라는 것과 한자가 들어간 우리말이라는 것 정도이다. 이러한 차이가 수목꾼과 목본젓가락이라는 우리말의 탄생을 저해함과 아울러 어색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어느 국어사전의 표제어를 예로 들어보자. 합성어이든 파생어이든 복합어이든 간에 순우리말의 나무가 들어간 표제어는 대부분 한자가 섞이지 않은 순우리말끼리 어우러져 있다. 복합명사일 경우에는 더욱 두드러진다. 나무껍질, 나무줄기, 나뭇잎, 나뭇가지, 나무숲, 나무접시, 나무장수, 나무막대기, 나무귀신 등이 좋은 예이다. 이러한 예에서 보는 것처럼 순우리말은 순우리말과 어우러져야 적격인 모양이다. 또한 순우리말의 나무는 수목과 목본보다 일찍 사회성을 가진 말이기에 일상생활에서 널리 일반화됐다. 학술적인 용어로 쓰는 말이라기보다는 일상적으로 쓰는 말이 바로 나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수목과 목본도 학문의 발달과 함께 일상 생활속으로 파고들면서 순 우리말의 나무와 같이 경쟁적으로 쓰이게됐다. 지금은 이들간의 우열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일반화됐다.
그러나 수목과 목본은 나무보다 학술적인 용어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이유를 들라치면 한자권의 나라들이 학술적 교류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한자가 포함된 용어를 선호하게 됐기 때문으로 보아지지만 확신은 없다. 실증적으로 따져보면 수목은 산림 자원학이나 임학의 용어로 많이 쓰이고, 목본은 생물학이나 식물학의 용어로 많이 쓰이고 있다. 임학의 용어로는 수목학, 수목한계선, 수목원 따위를 들 수 있고, 식물학의 용어로는 목본식물, 목본경 등을 들 수 있다. 반면에 순우리말의 나무가 들어간 나무학, 나무한계선, 나무식물이라는 말은 학술적인 용어로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학술적인 용어는 순우리말보다 한자가 들어간 우리말을 선호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만들기 쉽고 간결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나무껍질은 수피, 나무줄기는 목경 또는 목본경 등을 들 수 있다.
이쯤해서 마무리할까 한다. 이 지면도 내년의 새로운 테마를 위해 이 정도에서 끝내야할 참이다. 아쉽지만 그동안 이 지면을 읽어주신 독자 제현께 감사드린다. 특히 나무와 풀의 차이점과 대나무가 풀이라는 내용 등을 읽고 나서 전화주셨던 학생들과 이 지면내용의 강의를 요청해온 몇몇 기관단체는 물론 꾸준히 스크랩하고 있다는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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