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마다 특색음식들이 있지만, 그런 거 말고 그냥 일반식을 기준으로 할때
가장 맛없는 곳으로 꼽히는데가 보통은 강원도인데, 나는 정녕 경북이라고 생각한다.
그니까 십여년 전 우리는 농활을 위해 경북 봉화라는 마을로 갔는데,
전국에서 소득수준이 가장 낮다는.. 버스가 한시간에 한대 오는 그런 곳.
밭에서 일하다가 볼일이 급하면 화장실이 아니라 산으로 올라가야했던..
넘 산골이라 한여름에도 군불을 꼭 때야만 잘수 있었던..
그 곳에서의 음식은 정말..
보통 들일의 기쁨은 새참인데..
새참으로 대포 한잔만 주시는 센스..
아니 우리가 알콜중독도 아닌데..
일하다가 새참먹으라면서 불러서는 걍 큰 대짜 소주병에서 소주 한잔씩만 주시는..
그런 상황이니 국수라도 나오는 날이면 행복한 건데..
국수라고 해도 그냥 소면 삶은 거에 찬물, 그리고 고춧가루 섞은 간장이 전부.
육수 같은 건 생각도 할 수 없는 처지였었다.
어느날, 담배밭을 메고 있는데 새참으로 국수가 나왔는데..
국수 국물 주전자가 두개더라는..
하나는 분명 그냥 찬물인데, 주전자가 하나 더 있는 걸 보니 저것은 바로 '육수'??
우리는 이미 행복을 느끼며 기대에 찬 눈으로 그 주전자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것은...
멸치육수도 걍 다시다 국물도 아니,
뜨거운 맹물..
아주머니가 취향대로 골라 먹으라고 하신다.
식성대로 원하는대로 찬물에 간장 넣고 혹은 뜨거운 물에 간장넣고 먹으라신다..
P.S
써 놓고 보니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는 거 같아서..
거기가 소득 수준이 낮아서 우리에게 그런 음식을 주신 건 아닌 듯..
담배밭은 꽤 돈이 되는 작물이고, 우리는 거기 일하시는 젊은 청년회장의 농간에,
정작 일손 없는 가난한 할아버지할머니 집이 아니라,
부농 집에 집중적으로 일을 맡아서 아침 6시 부터 밤 8시까지 미친 듯이 일만 했다는..
아름다운 농활의 이야기는 옛말이고, 농활대를 눈 먼 공짜 인력으로 손쉽게 착취해주시던..
슬픈 농활였죠.